『Shark's Fin and Sichuan Pepper』 매운 향신료가 부르는 유혹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낯선 식문화'가 주는 충격과 호기심이 얼마나 큰 에너지가 되는 알것이다. 이런 감정의 문턱을 넘나드는 과정에서 새로운 세계를 마주하게 된다. 영국의 작가 퓨사 던롭(Fuchsia Dunlop)이 중국 쓰촨성에서 겪은 음식 모험담을 담은 <Shark's Fin and Sichuan Pepper>에는 '요리책' 이라고 하기에 아쉬울 정도로, 중국 사회와 문화, 역사까지 다채롭게 아우르고 있다. 중국의 깊은 역사만큼 지역마다의 식문화는 독특한 풍미가 공존하고 있음을 알게 해준다.



영국의 모험가, 쓰촨의 요리학교에 입학하다

퓨샤 던롭의 처음 목표는 요리가 아니었다. 중국의 소수민족 정책을 연구하려 떠났다가, 현지 음식에 매료되어 예상치 못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것이다. 서양에서는 생소한 식문화인 소의 위나 토끼 머리, 여러가지 내장 요리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메뉴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녀가 선택한 곳은 다름 아닌 쓰촨고등요리학교. 매운맛과 알싸함이 믹스된 쓰촨 요리를 제대로 배우겠다는 결심은 서양인으로서 드문 도전이었고, 자연스럽게 중국어 실력도 늘게 되었다.

독특한 식문화의 경험으로 단순한 여행자가 아닌, 현지 조리 기술을 체득한 일종의 '인사이더'로서 책을 풀어내고 있다. 마파두부나 탄탄면 같은 대표 요리를 배우는 에피소드를 비롯해, 매일 같이 칼 기술을 연습하던 장면까지, 책 속의 담긴 이야기는 하나의 '문화 체험기'이자 '성장 기록'처럼 읽힌다.

쓰촨 음식이 선사한 색다른 미각

미각을 다시보다 , 쓰찬 페퍼

쓰촨 음식하면 흔히 대중적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인기있는 '마라(麻辣)'를 떠올린다. 얼얼하게 혀를 마비시키는 '마(麻)'와 톡 쏘는 '라(辣)가 어우러진 복합적인 매운맛이 대표적이다. 던롭은 이 독특한 풍미인 '화자오(花椒)', 쓰찬 페퍼를 소개하며 "자극적 이지만 어느새 중독성을 갖춘 맛"이라고 표현한다.
어향가지(fish-fragrant eggplant)같은 요리는 생선이 들어가지 않지만 생선 요리의 맛을 흉내 내어 오묘한 단맛과 신맛, 매운맛이 조화를 이룬다.

그녀 역시 낯선 식재료와 조리법이 처음부터 익술했을 리 없다. 숙성된 달걀, 돼지의 뇌, 거위의 내장처럼 서양에서는 식재료로서 쉽게 사용하지 않는 것이 태반이다. 하지만 "뭐든지 일단 먹어보겠다"라는 용기가 결국 쓰촨 음식의 깊은 세계로 안내한 셈이다.


다채로운 텍스쳐의 향연, 식감

중국 길거리음식의 특징은 한접시안에서 여러가지가 존재한다. 탱글탱글한 면발과 바삭한 튀김, 부드러운 두부의 느낌은 식감이 가져다주는 스펙트럼을 더 넓게 확장시킨다. 서양요리에서 간과되기 쉬었던 부분인 '식감'요소를 중국요리에서 찾고 있다. 


환경과 윤리, 그리고 음식의 가치

책 제목에 등장하는 '상어 지느러미는 던롭이 중국 음식을 접하면서 느낀 윤리적 고민과 직결된 부분이다. 샥스픽 소비에 대한 비판이 세계적으로 거세지면서, 이 문제를 문화 차원에서 어떻게 바라봐야하는지 그녀는 책 속에서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서양에서도 캐비어, 대구, 참다랑어 등 환경파괴와 연결된 식재료를 소비하고 있으니, 특정 국가만이 아니라 인류 전반의 문제로 보는 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음식은 한 나라의 전통과 역사를 반영할 뿐 아니라, 글로벌 세계에 만연한 자원 소비 문제까지 떠올리게 한다. 여행자가 타 문화의 식탁에 앉았을 때, 그 뒤에 숨어 있는 배경과 맥락을 살펴보는 일은 곧 깊이 있는 이해와 존중의 시작이 된다.

쓰촨을 맛보고 싶다면!

쓰촨지역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번화가의 레스토랑보다 현지 시장과 길거리 음식을 먼저 접하자. 던롭이 경험한 '진짜 쓰촨'은 포장마차와 작은 식당에서 더욱 생생하게 전달된다. 메뉴가 중국어로 되어있다고 위축될 필요는 없다, 손가락으로 가리켜 주문해보면 그만이다. 예상치 못한 음식이 나온다해도 생소한 맛은 재미이자 추억이 될것이다.

칼과 불의 예술

쓰촨 요리에 필요한 고도의 현란한 칼 기술과 강하고 빠른 화력. 조리 과정을 지켜본다면, 시장에서 금방 나온 재료가 풍미 가득한 요리로 어떻게 변모하는지 감탄하게 될 것이다. 

단계별 매운맛에 도전

특유의 매운맛은 예측 불가할 정도로 강렬하다. 처음부터 높은 난이도에 도전하기 보다, 메뉴나 매운정도를 조금씩 높여가면 쓰촨 특유의 마라 체험을 하기 바란다.

중국의 급변과 전통의 공존

던롭이 중국을 처음 방문했던 1990년대 중반과 지금을 비교하면, 도시 풍경부터 사람들의 일상까지 크게 달라졌다. 하지만 서양 문물이 대거 유입되고 생활수준이 올라가도, 변하지 않고 지켜지는 것 역시 있다. 바로 '음식이 곧 삶'이라는 중국의 오랜 인식이다.

이 책은 전통요리법이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어떻게 적응하고 변화되는지, 어떤 부분을 꿋꿋이 지키고 있는지 다양한 사례를 담고 있다.

청두의 유명 레스토랑 '유 즈 란(Yu Zhi Lan)'방문기를 보면, 전통적인 쓰촨 양식을 일본 가이세키 스타일로 풀어내는 시도도 엿볼 수 있다. 서양식 플레이팅이 도입되면서도, 재료 본연의 맛과 계절의 흐름에 집중하는 전통철학을 지키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중국 본토에서의 반응

<Shark's Fin and Sichuan Pepper>는 2008년 영어판 출간 후 대만과 중국 본토에서도 잇달아 번역 출판되었다. ‘鱼翅与花椒’라는 간체자 제목으로 소개되어 중국 독자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어, 여러 차례 재인쇄를 거듭했다. 서양인의 시선으로 본 중국 음식문화가 어떻게 재해석 되는지 궁굼했던 현지 독자들이 적지 않았던 셈이다.

이 책의 가치는 높이 평가되어, IACP Jane Grigson Award 수상했고, James Beard Writeing and Literature Award 최종 후보에도 선정되어 음식 관련 문학 분야에서 화제가 되었다. 
"단순한 맛 기행을 넘어, 중국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차근차근 보여주는 통찰의 기록"

 

한 그릇의 국물 속에 담긴 문학의 깊이

음식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문화와 여행, 그리고 환경과 윤리까지 망라하여 고찰한 내용은, 사람들이 여행지에서 맛본 음식을 몇 년이 지나도 잊지못하는 단순히 '맛'이상의 스토리가 녹아있다.

던롭이 그려낸 중국 쓰촨의 풍경은, 낯설고도 매력적인 맛의 세계를 경험하며 자기 자신도 조금씩 변화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렇듯 하나의 '음식 체험'이 문화적 이해로 확장되는 순간을 여행을 사랑하는 모든이가 꿈꾸는 특별한 경험이 아닐까 한다.

매운 맛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놓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곳의 마음까지 여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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